파란만장한 일요일이었어요..
그러니까.. 어제 말에요.... ㅠㅠ
길지만..... 제 푸념을 들어주세요.... ㅠㅠ
남동생과 남다른 우애를 자랑하는 나나링고랍니다.
다음달이면 훈련소 보낸지 1년째 되는데
100일쯤 보내주는 신병 위로 휴가를... 2월에 겨우 나와서...
(최전방에서 특기병으로 있는데, 휴가때마다 자꾸 일이 터져서 못 나왔었어요ㅠㅠ)
담달이면 일병도 끝인데 정기휴가는 아직 한 번도 못 받고
겨우 4.5초의 4박5일을 보내고 무거운 어깨로 돌아갔던 동생님이 안쓰러워
토요일에 1박2일 가족면회외박을 갔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혼자 간 건 처음이지만
세 번째 방문이라 어렵지 않게 근처 펜션도 잡고
어무니께서 바리바리 싸주신 한보따리의 음식도 해먹이고,
이틀동안 신나게 드라마, 영화를 보며 먹고 자고 먹고 자고 했더라지요.
네.. 무지 잘 놀았어요.
잘 놀고 일요일 오후 7시에 시내 터미널에 나와서 보니, 7시 10분 버스가 있더군요.
엄마랑 통화 한 번 시켜주려고 이래저래 하다보니 8분.
동서울-와수리 라고 분.명.히. 적힌.. 버스가 터미널 앞으로 스물스물 나오길래
(제가 탄 곳이 와수리 였어요. 적힌대로라면 종점인..)
동생이랑 저거 타면 되나? 응, 맞겠지. 하며 버스에 올랐습니다..
이상하게 쿤인들이랑 사람들이 많이 타서 갸우뚱 하며 표를 내미는데
기사님께서 표를 물끄러미 들여다보시더니 주욱 뜯어서 건내주셔서
맞나보다~ 하고 착석했어요.
캄캄하고 주변엔 논밭뿐인 길을 꾸물렁꾸물렁 가던 버스가
두차례나 검문소 앞에 정차해 총을 어깨에 맨 무섭게 생긴 쿤인이 버스에 올라
목적지랑 이것저것 물었습니다.
"어디가십니까?"
"동서울이요."
"여긴 왜 오셨습니까?"
"네?"
"... 주민이십니까?"
"... 동서울 간다구요!!!"
".....네, 알겠습니다.(갸우뚱)"
두번째 검문소에서는 저는 그냥 패스하더라구요.
그쯤 부대 복귀 잘 했다는 동생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팡, 여기 원래 이렇게 검문소 많이 거쳐 가?"
늘 자가용을 타고 다녔지 대중교통을 이용해 오가는건 처음이었거든요.
가는 길은 오는 길과 다른가보다, 했어요. ㅠㅠ
"응? 그럴걸? 난 잤어서 모르겠어."
사실.. 동생님도 나오고 들어간 건 10개월만에 나온 신병 위로 휴가 한 번밖에 없던 거지요.....OTL
안심하고 슬쩍 눈을 감았다가 인기척에 눈을 뜨니
기사님께서
'종점이에요. 내려요.'
하시는 겁니다. 겁니다. 겁니다. ㅠ_ㅠ
창밖을 보니 어두컴컴한 마을, 출발한지 40분 정도 지났더라구요.
난리가 났죠. ㅠㅠ 7시 50분인데 출발했던 와수리에서 동서울 가는 막차는
8시 10분.. 택시를 잡아타도 20분 더 걸린다는데..
그걸 떠나서 제가 내린 곳은 택시도 안다니는 산골 마을이었던거에요. ㅠㅠ
내일 새벽같이 일어나 출근 해야하는데 이러다 서울 못 가는건 아닌가
잠은 어떻게 하나 집엔 뭐라 그러나.. 머리가 터지는줄 알았습니다. ㅠㅠ
기사님과 바로 앞 식당으로 들어갔어요.
운행을 마친 기사님들이 모여 식사를 하시며 술 한 잔 기울이고 계셨어요.
아주머니를 붙잡고 콜택시에 대해 여쭤보다보니
이쪽은 택시가 잘 안온다고 하시는거에요. ㅠㅠ
식당 안 어르신들과 주인 아주머니가 제 일 이신냥 큰소리로 말씀하시는데
머리가 빙빙 @_@
정리를 해보니...
여긴 산양리란 곳이고... 요앞에서 화천 가는 버스를 타고,
화천에서 터미널을 찾아가 춘천 가는 버스를 타면
춘천에는 서울가는 버스가 11시쯤까지 있을 거라는 말씀이셨어요. ㅠㅠ
그래도 서울엔 갈 수 있게 됐어요!!!!
버스 시간이 30분쯤 남아서 기다리며 동네 분들과 열심히 수다를 떨었습니다.
울먹이며 들어왔다가 그래도 갈 수는 있다며 좋다고 히히덕.. -_-;;;;
우역곡절 끝에 춘천에 도착하니 10시...
10시 10분 차는 만차라 못 타고 10시 40분 차를 타고 1시간 걸려 동서울에 도착했어요. ㅠㅠ
서울까지 동행하시는 분도 계셨고
마을에선 히히덕 거리고 잘 놀아놓고는..
춘천에서 서울행 버스에 올라타서 엄마랑 통화하다가
안도의 설움에 엉엉 거린거 있죠 ㅠㅠ;;
마침 아부지께서 쉬는 날이시라 데리러 오셔서
1시쯔음.. 무사히 귀가 했답니다아.. ㅠㅠ
정말 무섭기도 하고 걱정도 되고 파란만장한 주말이었어요.... (...)
아침에 피곤에 찌든 몸을 일으켜세우고 부엌을 지나는데..
산양리 마을 식당에서 어르신들과 시간을 보내다가 받아왔던
고들빼기 나물을 담은 통을 보니 그제야 웃음이 나더라구요. ㅎㅎ
1시간 40분 걸릴 거리를 4시간 50분 걸려서 왔지만..
서울도시에선 멀어진 시골 주민들의 정을 느낄 수 있는 따뜻한 시간이었어요 ㅎㅎ
... 모르는 차편 이용할때 꼭 물어보고 타는 좋은 습관이 생기겠어요.. (...)
이상 끄작거리며 푸념 늘어놓다가 또 한 번 훌쩍 거린 나나링고였습니다아 ㅠ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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